최근 사회 전체가 육아의 의무를 나눠져야 한다는 쪽으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 변화가 진행되는 이유와 이런 변화가 필요한 까닭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동의 시점에서 바라보았습니다.

‘탄생응원도시’ 서대문에서
출생·양육 지원 받으세요!

자녀 양육·돌봄은 가정에서, 사회로 나아가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이에 맞춰 서대문구에서는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에 다양한 출생·양육 지원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가정에서 아기와 함께 외출 시 이동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24개월 이하 영아 양육 가정에 10만 원의 택시 이용권을 지급합니다. 또한, 가정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부모급여 지급금액이 상향되어 만 0세 월 100만 원, 만 1세 월 50만 원을 지급합니다. * 가족정책과(02-330-3841)로 문의 또한 우리동네키움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 공동육아나눔터 등 안전한 아동 돌봄 기관들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를 양육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글. 김지현(명지대학교 아동학과 교수)

저출생의 늪에 빠진 경쟁 사회

아이가 사라지고 있다. 한국 사회의 저출생 현상을 말한다. 어쩌다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마주하게 되었을까? 인구학자들은 지난 몇십 년간 과도하게 팽창한 인구 규모가 줄어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진화론자들은 과도한 경쟁 사회에서 후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보다 현생에서 자신이 살아남는 방법을 택한 진화의 결과라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나 자신이 행복하지 않아서 출산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한 거대한 스트레스와 좌절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뇌와 마음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아동학자인 나는 한 연구에서 예비부모 세대가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겠다는 이유 중에 꼽은 “내 아이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이유에 주목하게 된다. 내 아이를 이 무시무시한 경쟁 사회에 태어나게 하기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아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많이 알려진 바대로, 한국의 아동·청소년은 우울증을 앓는 정도가 비교적 높다. 그 이유의 대부분이 학업 부담, 성적 등의 학업 문제에서 비롯된다. 한국의 아동·청소년은 시간 대부분을 공부하는 데 보내고 있고, 놀이하는 시간은 극도로 적다. 이는 영유아기 때부터 시작되는데, 태어난 지 4년이 갓 지난 유아들의 놀이 시간은 호주 아이들의 1/3밖에 되지 않는다. 가장 많이 놀 것 같은 유아들조차 친구들하고 마음껏 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성숙한 유아교육 적용할 환경 필요해

아이가 행복한 세상은 수능 킬러문항을 없앤다고 가능하지 않다. 근원적인 육아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미 영유아 대상의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영유아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해 놀이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학에서 영유아의 놀이가 왜 중요한지, 놀이가 왜 배움의 최적 경험인지, 어떻게 영유아의 놀이를 존중하고 지원할 수 있는지를 전문적으로 배운 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가 된다. 하지만 영유아의 놀이와 권리를 존중하려는 동기로 충만한 신입 영유아교사들은 현장에 오자마자 자신이 가진 철학과 신념이 부서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최근 현장에서는 교육 간에 놀이보다 공부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더 심각해진다. 오후 1시가 되면 하교하게 되고, 돌봄이 부재한 오후 시간은 결국 사교육 학원이 맡게 된다. 유명 학원은 테스트를 거쳐 일정 수준이 도달한 아이들만 받아주기에, 그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또 선행학습을 하게 된다. 초등 저학년부터 시작되는 영재고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배고플 때 먹는 권리, 쉬고 싶을 때 쉴 권리, 놀고 싶을 때 놀 권리, 즉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생존권조차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열심히 학원에 다니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묻는다. 학원에 왜 다니냐고. 아이들은 “부모님이 좋아해서요”라고, 자기 행복보다 부모의 행복을 언급한다. 영유아가 놀이를 통해 배운다는 점을 부모교육을 통해 알게 된 한 엄마는 “옆집의 엄마 얘기에는 귀를 기울였는데 정작 내 아이의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우리 아이들은 과연 이런 세상 속에서 행복할까?

사회 전체가 아이의 행복을 고민해야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우리 모두 잘 알고 지켜줘야 한다.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이 대표적이다. 아동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것에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거나 대단한 정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가 몸담은 우리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의 일상에서 실행해야 한다. 아이가 어떻게 자신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지 귀를 기울여 보자. 전쟁 중에 아동과 여성, 노인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지켜주어야 한다는 원칙은 일상에서도 당연한 원칙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를 정책으로 반영해 주면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고, 행복한 아이가 행복한 성인이 되어 자신처럼 행복한 아동기를 선물하기 위해 자녀를 출산할 수 있다.
아이들이 놀이하며 배울 수 있는 권리(놀이 중심 영유아 교육 과정 존중), 선행학습이 없는 일상에서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 수 있는 권리(초등 온종일 돌봄 정책),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아동 개인마다 다채로운 각각의 빛나는 재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권리(입시 위주의 교육 탈피),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권리(과도한 사교육 탈피), 사랑하는 부모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권리(육아기 부모의 육아휴직, 탄력 근무 시간, 가족 돌봄 휴가 등 일 가정 양립 정책), 성인으로부터 존중받는 말과 행동을 받을 권리(교사양성과정 전문화, 부모교육 의무화 정책), 엄마, 아빠의 성별과 상관없이 공동으로 육아를 받을 권리(부부공동양육이 가능한 성평등 문화 정착), 자신이 궁금한 것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를 교육받을 권리(과정 중심의 교육 평가, 진로 선택 교육과정 강화), 안전한 지역사회에서 생명의 위협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권리(스쿨존 강화, 아동 대상 범죄 처벌 강화) 등. 이 모든 것이 우선적으로 배려될 수 있고 당연한 전제가 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그래야 우리 사회는 앞으로 지속가능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