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개인의 취향과 산업의 형태, 사회적 가치가 극소 단위로 파편화되는 현상인 ‘나노사회’가 자리 잡았습니다. 이에 따라 가족 구성과 노동 형태, 소비 시장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며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랜 시간 4인 가족이 보편적인 가족 구성으로 여겨졌던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면서 1인가구의 비율이 더 높아졌고 딩크족, 재혼 가정, 입양 가정, 동거관계 등의 비중도 늘었습니다. 가족 구성의 다양성은 가족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개인의 선택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회사나 조직에 소속되기보다 자기 가치를 스스로 브랜딩하며 혼자 일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습니다. 이는 배달 앱, 쇼핑 앱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동시에 키오스크와 서빙 로봇, 무인 매장과 자동화 기술이 도입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나노사회로 진입하면서 개인의 취향이나 관심사 또한 더욱 세분화됐습니다. 예전에는 대중적인 문화나 제품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이를 서로 존중해 주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가 늘어났고,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집중하고 발전시킬 수 있어 더 깊은 정보를 탐색하고 경험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전 세계적인 불황이 닥치면서 떠오른 키워드가 바로 ‘평균 실종’입니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취향이 다변화하면서 누구나 무난하게 선택하는 전형성이 사라진 것입니다. 우리 삶의 전반에서 일반화된 평균성을 가늠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고, 경제적·정치적·문화적 양극화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단순히 점심 메뉴를 통일하지 않는 것에서 벗어나 결혼과 출산, 취직 등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면면에 대한 생각이 제각각 다른 다극화 현상도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평균이 없는 쏠림 현상은 소비 전략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프리미엄 소비와 알뜰살뜰한 ‘체리슈머’형 소비로 나뉘었는데, 무지출 챌린지나 0.5인분 메뉴 등이 체리슈머와 함께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MZ세대가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여러 조직에서 기존의 관행이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는 ‘오피스 빅뱅’을 맞이하며 오피스 공간에 대한 실험도 이어졌습니다. 휴양지에서 근무하는 ‘워케이션’이 점점 진화하고 이를 경험한 구성원들도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습니다. 이밖에 무인점포·여행 예능·챗GTP·팝업스토어 등도 2023년을 채운 키워드로 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