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강원도 태백에서 조기축구회랑 축구를 한 적이 있어요. 기타 치는 제자도 같이 갔는데, 이 친구는 축구를 못 한다고 해서 학교 조회대 아래에서 클래식 기타를 연주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타 소리가 너무 잘 들리는 거예요. ‘앞에 산이 펼쳐져 있는 이런 곳에서 음악회를 하면 시골에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라는 생각이 딱 들면서 무대만 있으면 좋겠다고 느꼈는데, 마침 그날 보궐선거 운동이 한창이었습니다. 1톤 트럭 위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이후에 지인에게 부탁하고 후원을 받아 2015년에 윙카가 만들어 졌습니다. 올해 8월까지 9년을 쓴 윙카는 오래 달린 만큼 망가지기도 한데다 아쉬운 점들도 많아서 이번에 새로 윙카를 단장하게 됐습니다. 새로 개조한 트럭은 9.5톤(t)으로, 트럭의 덮개 부분을 펼치면 길이 11m, 높이 5m의 훌륭한 공연장이 됩니다.
서대문구에 문화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서대문구청의 요청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마침 우리 ‘심포니 송’도 창단 10주년을 앞두고 있던 터라 새로운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구민들에게 멋진 공연을 제공하고 싶은 서대문구청의 진심과 심포니 송의 방향성을 고민하던 제 바람이 톱니바퀴처럼 딱 맞물렸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서대문독립축제에서 시범 연주를 시작으로 올해 여러 공연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대전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를 하는 동안 수많은 청중을 만나왔습니다. 서대문에서의 공연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어떤 청중들보다도 순수하게 음악을 듣는 모습이 새롭고 격의 없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간혹 청중에게 참여를 유도해도 반응 속도가 굉장히 늦거나 호응이 부족할 때도 있는데, 서대문구 공연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큰 호응을 보내주셔서 놀랐습니다.
단순히 일시적인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교양 가치를 키울 수 있도록 지속적인 도움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악이나 예술과 같은 문화 경험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서대문구에 대학교가 많아서 그런지, 신촌 스타광장뿐만 아니라 남가좌동과 북가좌동에서 공연할 때도 젊은 관객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젊은이들에게 당장 먹을 피자 한 조각보다 예술을 알게 해주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문화를 공유하고, 잘 즐기는 것이 또 다른 경쟁력이 될 테니까요.
문화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처음에만 어렵지, 하다 보면 아주 쉽고 자연스러운일이 되거든요. ‘함신익과 심포니 송’이 음악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12월에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리는 ‘서대문 Winter Story’와 서대문구청에서 열리는 ‘너의 키는 몇 미터’ 명사특강으로 찾아뵐 예정이니 구민 여러분들께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