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은 트로트 열풍의 이면에는 이른바 오팔 세대라고 불리는 50, 60대의 영향이 두드러졌습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떠오른 젊은 트로트 가수들의 활발한 활동도 이들 신중년 세대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신중년 세대는 어린 친구들 못지않게 좋아하는 스타의 콘서트나 활동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한편, 굿즈 등의 소비에도 과감하게 투자하는 등 새로운 소비 권력으로 떠올랐습니다.
은퇴 후에 새로운 직업을 갖거나 적극적인 여가 활동을 하며 자신을 재발견하는 50, 60대 시니어를 지칭하는 신조어인 리본 세대는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의 Re-born에서 비롯됐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이들 세대는 구매력과 경제력이 가장 높아 우리나라 소비 시장의 주역일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디지털에도 잘 적응해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습득하는 세대입니다. 제2의 인생을 맞아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한 배움이나 도전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은퇴 후에 주로 집에서만 노후를 지내던 시니어의 모습과는 달리, 젊고 건강하고 활동적인 세대로서 주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뷰티, 스포츠, 재테크, 자격증 취득 등 리본 세대는 은퇴 이후의 시간을 쉬는 시간으로 여기지 않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하며 자아실현을 하는 등 사회 전반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리본 세대는 우리나라가 고도성장하던 시기에 청장년기를 보냈습니다. 경제 성장의 혜택을 받은 만큼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는 데다 한때 ‘X세대’로 불리며 개성을 드러냈던 세대이기에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도 중심을 잘 잡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온오프라인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갑니다. 네이버 밴드와 유튜브를 통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배우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성장합니다. 시간적, 경제적인 여유와 더불어 디지털 활용 능력까지 겸비한 리본 세대에게 두려운 것은 없습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전국 50~64세 성인 남녀 1,070명을 설문조사한 ‘대한민국 50+ 세대의 라이프 키워드’에 따르면, 이들이 새로 취득하고 싶은 자격증은 조리사, 외국어, 공인중개사, 바리스타, 컴퓨터 관련 자격증, 드론 기사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회사와 가정에 얽매여 살았던 데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위해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도 강해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로 ‘휴양지에서 한 달 살아보기’(58.5%), ‘세계 일주하기’(52.6%), ‘사회에 의미 있는 일하기’(47.4%) 등을 꼽았습니다. 또한 인생 2막에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배우자나 자식보다 ‘나 자신’을 선택한 응답이 가장 많아 리본 세대의 가치관이 가족을 먼저 챙기던 부모 세대와는 다르게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자 한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를 진행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중년세대를 흔히 부모, 자식 사이에 ‘낀 세대’로 보는데 오히려 나를 찾아가는 ‘깬 세대’로 봐야 한다”고 설명한 것처럼, 누구보다 멋지게 인생을 펼쳐가는 리본 세대에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