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로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의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습니다. 현관 바로 앞에는 고양이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방묘문이 설치돼 있었고, 집 안 곳곳에는 고양이가 손톱을 정리할 수 있는 스크래쳐를 비롯해 고양이 방석, 캣타워 등 아이 물건 못지않게 고양이 관련 물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결혼 전부터 고양이를 키웠던 친구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에도 변화 없이 고양이와 함께했습니다. 태어난 친구의 아이 또한 고양이를 마치 형제처럼 대하는 게 자연스러웠고, 두 고양이 중에 한 마리가 먼저 떠났을 때 그 슬픔을 견디기 힘들어했습니다.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만만치 않은 병원비를 감당했음에도 더 해주지 못한 것을 내내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친구 가족에게 고양이는 동물이 아니라 가족의 이름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이들처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가구가 늘면서 펫(애완동물)과 패밀리(가족)가 합쳐져 ‘펫펨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고양이나 강아지, 그 외 다른 동물들은 펫펨족의 삶에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단순히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아니라 진정한 가족 구성원으로서 서로에게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릴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가족 구성원은 현재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그 시절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포함해 혈연관계로 엮인 대가족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핵가족을 거쳐 이제는 나홀로족, 딩크족, 펫펨족 등 새로운 가족 개념이 생겨나는 중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실시한 온라인 패널조사(2022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현재 거주지에서 반려동물을 직접 양육하는 가구 비율이 25.4%로 나타났습니다. 양육가구 비율(25.4%)과 우리나라 세대 수(가구 수)와 세대원 수를 고려하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인구는 602만 가구, 1,306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이 중 ‘개’나 ‘고양이’를 기른다는 응답이 총 85%로 넘는것으로 나타났으며(복수응답 허용), 그밖에 3위는 물고기(7.3%), 4위는 햄스터(1.5%)였으며, 거북이(1.0%), 새(1.0%)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증가로 인해 반려동물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으며, 동시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과 키우지 않는 사람들 간의 입장 차이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가족 개념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태도를 재고하고, 새로운 가족 형태와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만드는 중요한 흐름임을 나타냅니다. 각자의 가치관과 우선순위 등 삶의 여러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사회적으로도 다양성을 받아들이며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포용력과 더불어 생명에 대한 존중과 책임감은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꼭 새겨두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