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갑작스레 마치면서 오롯이 나를 위한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그동안 일주일 이상을 쉬어 본 적이 없는데 예상치 못한 쉼표의 길이가 갑작스럽기도 하고, 할 일이 너무 없어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홍제동에 이사를 왔다. 태어나 서대문구 홍제동이란 곳에 처음 와 봤고, 현재 홍제동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사는 게 바빠서라는 이유로 인왕산 한번 오르지 못했고, 유모차를 가지고 돌 수 있다는 안산 둘레길도 가보지 못했다. 서대문구청이 어디 있는지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던 내가 한 발자국씩 서대문 안으로 들어가 보기 시작했다. 집 거실에 앉아서 보기만 하던 인왕산에 오르니 사람들이 왜 그토록 찬양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정말 미친 아름다움이었다. 인왕산에서 홍제동과 홍은동 방향을 바라보는 시야는 마치 스위스 어느 한적한 마을을 보고 있는 것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좋아하는 책을 읽기 위해 서대문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도서관에 가며 서대문 도서관을 감싸 안은 안산과도 자연스러운 인사를 하게 됐다. 뜨거운 한여름 가운데 있는 안산은 짙은 푸르름과 그늘짐으로 나에게 충분한 쉼터를 제공했다. 안산에서 책과 어우러진 마음의 쉼표와 여유를 선물 받으며, 내가 정말 위로받는구나! 사회생활 속에서 아름답게 끝맺지 못했던 아픔을 치유 받는 느낌이었다.
독립문역 근처에 이진아 도서관이 있다. 책 몇 권을 빌리고 동네 탐방 삼아 홍제역 집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욕심부린 몇 권의 책들 때문에 끙끙거리며 땀을 닦을 찰나, 보이는 현수막 하나가 있었다. 5월에 한다는 서대문 미래교육 아카데미 봄학기 수업! 바로 이것이었다. 마침 『몰입』이란 책에 꽂혀있던 시기였는데, 강사님 중 한 분이 황농문 교수님이셨다. 4번의 모든 강의를 신청하였다. 이렇게 좋은 교수님들을 모시는 강의를 계획하다니 서대문구청의 선구안에 놀라울 뿐이었다. 그날 나는 구청에서 하는 좋은 강의를 듣고, 구청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 폭포 수변카페에 앉아 인생 2막을 고민해보았다.
그러는 사이 나는 시나브로 서대문구를 애정하는 구민이 돼 있었다. 4개월 동안 서대문구는 나에게 많은 치유와 감사와 애정을 듬뿍 나누어주었다. 지금도 나는 수요일이면 홍제1동에서 하는 ‘영어 원서수업’을 듣고, 금요일이면 ‘Chat GPT 수업’을 들으러 남가좌동에 간다. 자연의 여유와 삶의 지식 그리고 시간의 의미를 채워주는 서대문구가 좋다!
Thank you 서대문구!
감감유소식은 서대문구에 사는 구민들의 참여로 만드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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