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鞍山)이 맑아 걷고 싶다”

이재하(천연동)

2004년 7월, 아내와 둘째가 미국에서 8년 넘게 생활하다가 한국으로 귀국해 오랜만에 가족과 같이 지내게 된 나는 너무 좋았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뿐! 아내가 돌아와 받은 건강검진에서 유방암으로 판명되어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수술받고 치료하는 엄청난 고생 끝에 2010년에는 완치 판정을 받아 온 가족이 기뻐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얼마 있다가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위암이 발견되었다. 다시 수술을 받고 치료가 이어졌다. 미국에 있는 두 아들도 항상 엄마를 응원했다.
2015년 8월,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나와 집에 있었는데 아내가 내 회갑 기념으로 가족여행을 가자고 했다. 미국에 있는 두 아들도 시간 맞춰 같이 간다고 했다. 얼마만의 가족여행인지. 여행을 출발하는 날! 자동차에 짐을 싣고 팔당댐을 지나 양평으로 향했다. 첫 일정으로는 그동안 치료받느라 허약해진 아내가 원기를 회복할 수 있게 운길산 계곡에 있는 장어구이 집에서 맛있는 식사를 했다. 그리고 서종면에 있는 카페에 들러 서로 안부를 물으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는 예약한 펜션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몸이 아픔에도 아내는 두 아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아내가 계획한 2박 3일의 추억 여행을 마치고 두 아들은 미국으로 돌아가 바쁘게 생활했고, 나는 집에서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회갑 날에는 여주에서 정성껏 잔치상을 차려 줬는데, 아내는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지 정작 본인은 식사를 전혀 못 하고 말았다.
천상 여행을 떠나는 날,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 “안산이 맑아 걷고 싶다”는 말을 하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나는 안산에 올라 그대가 걸었던 길을 걸으며 행복을 찾는다. 푸르른 녹음은 생기를 준다. 이웃과 사랑을 나누며 살라고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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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감유소식은 서대문구에 사는 구민들의 참여로 만드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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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 기간 : 8월 5일까지
  • 필수 기재 사항 : 이름, 거주하는 동, 연락처
  • 참여 방법 : A4 1장 이내의 글과 사진 hye014@sdm.go.kr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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