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 세대는 ‘전통’을 낡고 촌스러운 것으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그중 하나가 ‘할매니얼’입니다. 할머니의 사투리인 ‘할매’와 ‘밀레니얼 세대’를 합성한 신조어로, 할머니 세대의 감성을 즐기는 문화를 말합니다. 어디서든 쉽게 마주하게 된 ‘할머니 감성’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여러분의 뉴트로 감성은 몇 점인가요?

  • 이미 본 옛날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또 본다.
  • 오래된 노포 식당을 발견하면 호기심이 발동한다.
  • 신조어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다.
  • 약과나 인절미 등 어르신 입맛이다.
  • 최근 음악보다는 옛날 노래를 더 많이 듣는다.
  • 약속을 정할 때는 익숙한 공간이 더 좋다.
  • 주위 사람들에게 가끔 손 편지를 쓴다.
  • 청청 패션, 물방울 무늬 등 복고 패션이 잘 어울린다.
  • 옛날 사진이나 앨범을 종종 꺼내본다.
  • ‘그때가 좋았지’ 옛 추억에 자주 잠기곤 한다.
2~4개

옛날 사람과는 거리가 먼 요즘 사람!
최신 트렌드를 섭렵하는 당신은
젊은 감성

5~7개

적당히 즐기는 현실주의자!
과거는 과거일뿐, 현재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즐기고 있네요!

8개 이상

완벽한 복고 감성을 갖춘
뉴트로 마니아!
옛 감성에 취하는 당신이 멋지네요!


할매의 매력에 푹 빠진 밀레니얼 세대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을 증명하듯 수년째 다양한 형태의 복고 열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할매니얼의 인기가 심상치 않은데요.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매개체로, 젊은 세대에게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문화로 다가오면서 세대 전반을 아우르는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고 있는데, 바로 ‘할머니(Grandmother)’와 ‘밀레니얼’을 결합한 ‘그랜드밀레니얼’입니다. 그랜드밀레니얼 역시 할매니얼처럼 할머니 세대의 패션, 음식, 인테리어 등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재연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를 일컫습니다.
할매니얼 열풍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식품과 의류업계인데 흑임자·인절미·쑥 등을 활용한 ‘할매 입맛’ 식품들과 빈티지풍의 긴 치마나 꽃무늬니트 등 매치해 입는 ‘그래니룩(Granny Look)’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KB국민카드는 올해 초 최근 4년간 디저트 전문점의 신용카드, 체크카드 매출액 및 신규가맹점 비중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떡·한과의 매출 증가액이 아이스크림, 도넛, 케이크 등 기존 인기 디저트를 제치고 1위(66%)를 차지했습니다.

옛것을 새롭게 해석한 ‘복고 열풍’, 세대 통합을 위한 하나의 문화로!

하루가 다르게 최첨단 기술과 콘텐츠가 쏟아지는 요즘, 젊은 세대는 왜 ‘할머니 감성’에 열광하는 걸까요? 사실 어떤 문화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명확하게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에는 정치·경제·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다만, 오늘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복고 유행을 관통하는 확실하고 분명한 공통점은 존재합니다. 바로 젊은 세대의 대표적인 소비 성향 중 하나인 펀슈머(Fun+Consumer)인데요. ‘재미’와 ‘소비자’의 합성어인 ‘펀슈머’는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소비의 전 과정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할매니얼 트렌드 역시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놀이 문화 중 하나로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SNS 등을 통해 할머니 세대 문화를 즐기는 모습을 공유하며 할매니얼의 인기를 견인했죠.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도 이유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전통식품은 대개 건강한 로컬푸드를 원재료로 하고, 가공도 최소화해 만들기 때문에 몸에 좋을 것이란 인식을 하는 것입니다. 할매니얼 식품의 인기는 ‘약켓팅’이라는 또 다른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는데요. 약과와 티켓팅을 합친 말로, 유명 약과집의 약과를 구매하기 위해 K-pop인기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Ticketing)처럼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할매니얼 같은 복고 열풍에 대해 전통을 계승하는 새로운 방식 중 하나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은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할매니얼을 단순히 젊은 세대의 문화로만 여기지 말고, 옛것에 대한 그들의 재기발랄한 새로운 해석을 함께 즐기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의 옛 문화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