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과거 일상의 연장입니다. 산책 좀 하고, 책도 보고 글도 쓰고 강연도 다니죠. 나이 든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가 ‘고독감’인데, 전 일로 그걸 극복했어요. 계속 일하다 보니 아무래도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여러 요청도 받게 되니 제가 아직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게 되더군요. 올해 책 두 권쯤 냈으면 했는데 이미 한 권을 탈고했고, 나머지 한 권도 일간지에 계속 기고 중이라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일주일 한 번 정도 강연을 다니고 있는데, 올해도 계속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장수 비결로 소식을 많이 말하는데, 제가 경험해 보니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군요. 사실 위의 기능을 90%정도까지 건강하게 관리하며 식사를 잘해야 나이가 들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요. 채식·육식을 가리기보다는 보통 사람이 먹는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는 게 가장 좋아요. 제 경험상 건강을 위해 특별한 음식을 챙겨 먹기보다 아침을 고정 메뉴로 먹는 게 낫습디다.
누군가 “100세 이상 사시는 게 좋으시냐?”고 묻더군요. 그러면 전 “100세까지는 꼭 살아라. 그 이상은 선택해라”고 답해요. 이제 저도 몸이 꽤 고달파요.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천근만근이죠. 시력과 청력도 많이 약해졌고요. 체력적으로 딸리는 부분을 자꾸 심리적으로 극복해야 하니 정신적 소비가 많죠. 나이가 들면 가장 중요한 게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의 균형을 잘 잡는 거예요. 자기 일을 계속하면서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 결국 오래 살아요.
60세 이후에는 아이들도 가정에서 독립하고 직장에서 은퇴하니, 생동감 넘치는 삶이 다 끝난 걸로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그때 사회인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면 7~80세까지 미래를 보게 됩니다. 이제 평균 수명이 길어졌으니 직장 은퇴 이후를 사회인으로서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젊었을 때는 누가 승진했나, 돈을 많이 벌었나가 행복 판단의 기준이 되지만, 은퇴 이후엔 누가 보람있게 삶을 살았나가 기준이 됩니다. 삶을 건강·행복·돈으로 판단하는데, 사실 그것들은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그저 주어지는 것일 뿐입니다. 삶이라는 햇빛이 비추면 생기는 그림자 같은 거죠.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느냐’예요. 나이 들수록 꼭 해야 할 것 중 하나가 계속해서 공부하면서 사는 것, 즉 정신적·인격적으로 성장하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일을 사랑하는 거죠.
목표를 위해 살고 이 목표를 위해 죽어도 좋다고 한 사람들은 삶의 고통이 없어요. 독립운동을 한 분들에게 고통은 인격을 높여주는 자양분이었을 뿐이었죠. 인생이 고통스럽다고들 하지만 인생의 목표가 뚜렷한 사람에게는 삶이 힘들지만은 않아요. 오히려 인생의 목표가 없는 사람, 그저 나를 위해 사는 사람들에게 고통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왜냐면 그저 자기 욕심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죠. 욕심은 번민과 고통을 낳죠.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살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 최고의 삶을 사는 거죠
때론 힘들 때도 있겠지만 나라를 위해 걱정하는 사람이 역사에 남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죠. 공직자들이 나라와 사회, 국민과 이웃을 걱정하고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면 결국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일 거라고 봅니다. 대통령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무슨 직책을 맡든 내 이웃과 사회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랑이 희망이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내가 희망을 ‘가지는’ 게 아니라 내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에, 또 나 혼자가 아니라 이웃과 사회를 사랑하기에 희망이 ‘생기는’ 겁니다. 새해에는 이런 사랑 속에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습니다. 모두 그렇게 살면 우리도 모르는 더 큰 희망이 올 겁니다.
대한민국의 최고령 수필가 및 철학자이자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입니다.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시카고 대학교 및 하버드 대학교에서 연구 교환 교수를 역임했고, 오스틴 대학교에 출강하기도 했습니다. 정년퇴임 이후에도 100세를 넘긴 2023년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계십니다.